생명 연장의 꿈 - Sennheiser PX 10 헤드폰

몇 년 동안 잘 썼는데 그제부터 소리가 안나온다. 단자와 선연결 부분을 만져서 조절하면 소리가 들린다. 올 것이 왔다.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사면 항상 이 연결부가 망가져서 못쓰게 된다. 지금 쓰는 PX 10도 산지 얼마되지 않아서 연결부가 망가졌다. 마침 다니던 회사에 인두 등 공구가 있어서 연결부를 뜯어서 새로 납땜을 해려고 했다. 하지만 종류가 다른 납인지 일반 인두로는 녹지가 않았다. 붙어 있던 납 녹이는 것은 포기하고 다른 곳에 남땜하려 했지만 납이 붙지도 않았다. 방치해 놓고 있다가 옆에 있던 친구가 무료로 수리해준다는 곳을 발견해서 고쳐서 지금까지 잘 쓰고 있었다.



쓴지도 오래 됐고 가벼운 헤드폰을 하나 살까해서 주위에서 많이 쓰는 Bose Triport OE 가격을 물어봤더니 20만원 조금 안된단다 =.= 내 오디오 스피커 값이랑 비슷한다. 가난한 자취생이라 이십만원 짜리 헤드폰은 못산다. 어차피 금방 망가질텐데 흥. 하지만 Triport OE를 포기할 수 없는 한가지 이유. 선이 Y자형이 아니라 한 쪽에만 있는 I자형! Y자형은 선이 꼬여서 영 불편한데 한 줄만 있으니 선이 꼬일 수가 없다. PX 10으로 대강 선을 이리 저리 배치 해보니 오호 I자형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고쳐쓰기 다시 한 번 도전 해보자.

일단 프로토타입을 구현했다. 스카치 테이프로 고정해서 만들었다. 착용도 해보고, 선을 머리 위로 한 바퀴 돌리니 선이 짧다. 마침 쓰던 연장선이 있으니 선이 짧아지는 문제는 해결 할 수 있다. 이제 연결부 남땜만 다시 하면 된다.




일단 연결부 분해. 깔끔하게 플라스틱 덥개를 분리할 수 없었다. 반을 갈라서 뜯어냈다. 덥개 안에는 플러그가 선과 연결되어 있다. 덥개, 플러그, 선을 다 분리한다.


선의 끝부분을 잘라 낸다. 선이 중간 중간 끊어져 있어서 조금 많이 잘라내야 했다. 고무 피복을 벗기고 적색선과 청색선은 놔두고 동색선은 한가닥이 되도록 꼰다.


선 끝부분을 라이터로 그슬려 절연 피복을 벗긴다.


남땜하고 테스트. 원래 붙어 있던대로 청색, 적색, 동색 순으로 플러그에 납땜한다. 고정대가 없어서 두 발까지 썼다. 시간 많이 걸리고 납연기도 한가득 마셨다. 콜록. 다행히 이번에는 일반 인두로도 납이 잘 녹는다. 납땜 후에 아이포드에 연결해서 테스트 한다. 잘 들리다.


남땜이 다 드러난 상태로는 보기도 좋지 않고 건강에도 좋지 않으므로 피복을 입힌다. 어슬픈 납땜 덕분에 뚱뚱해져서 원래 플라스픽 피복은 사용할 수가 없다. 만능 글루건으로 실리콘 피복을 입히자. 글루건의 열 때문에 절연피복이 녹을 수 있으니 종이 조각을 선 사이에 넣는다.


글루건으로 실리콘을 조금씩 발라서 선과 플러그를 고정시킨다. 다 마르면 실리콘을 듬뿍 바르고 조금 기다린 다음 포스트잇으로 원통형 틀을 만들어 둘러 싼다. 마를 때까지 기다렸다 포스트잇을 떼어나면 대강 모양이 나온다. 칼로 모양을 다듬는다.


연결부 수선은 완료 되었다. 이제 가조립 해놓았던 스카치 테이브를 떼어내고 순간접착제로 선을 완전히 고정시킨다. 짜잔 완성.


선은 요렇게 되도록 티나지 않게 붙여 놓았다.


좋지 아니한가. I자형 선. 훼훼훼훼훼. 음악들으며 달리기 하러 가야지~

아................................... 오른쪽, 왼쪽 연결이 반대로 됐다. 연결되어 있던 그래도 연결했는데. 몇 년 전부터 반대였던거다. 다시 뜯어서 남땜 하기는 싫고... 그냥 듣자고 생각했으나 연장선을 빼고 시험해보니... 연장선 문제다 =.= 이런 불량 연장선 같으니라고. 깜작이야.

by 이피 | 2008/06/01 21:10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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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애자일컨설팅 at 2008/06/01 22:48
감동적입니다.
Commented by 이피 at 2008/06/02 13:05
고맙습니다. 프로그래머라면 이정도 유지보수는 해줘야 ㅎㅎ
Commented by 상희스타일 at 2008/06/03 18:54
많이 보던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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